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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과 음악가
바흐의 마테수난곡 원본에는 머그잔 자국이 있다. 많은 이들은 바흐가 술을 마셨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는데, 라이프치히에 있는 그의 집 방 두 곳이 와인과 증류주를 보관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베토벤도 식사 때마다 와인을 한 병씩 마셨다고 알려져 있으며, 슈만의 스승이자 아내 클라라의 아버지인 프리드리히 비크(Friedrich Wieck)는 슈만이 항상 술에 취해 논리적으로 말하지 못하고 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안 된다며 딸의 결혼을 반대하였다.
피아노의 황제 프란츠 리스트도 꼬냑과 브랜디를 항상 손에 들고 있었다고 한다. 일리야 레핀의 무소르그스키 초상화는 선연한 눈빛과 대조적으로 빨간 코의 무소르그스키 모습을 통해 그가 술과 가까웠음을 보여주고 있다.
19세기말 미국 내셔널 음악원의 원장으로 부임한 드보르작 또한 타지생활의 고독과 허전함을 독한 술로 채웠다는 기록이 있으며, 말년에 작곡을 거의 안 한 시벨리우스는 그의 술 문제가 작곡활동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외에도 모차르트, 베를리오즈,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글라주노프, 에릭 사티 등 수많은 유명예술가들과 술은 그들의 예술세계와 은밀하게 연결되어 있는듯하다. 그렇다고 열거된 위대한 작곡가들이 술 없이는 예술활동을 할 수 없었다고 억측해서는 안 된다.
이토록 예술가들과 가까운 술은 음악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음악과 술은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고 고양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프랑스 브르타뉴 대학의 니콜라스 게강(Nicolas Gueguen)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음악소리가 클수록 술의 소비량이 늘어난다고 하며 과음을 피하고 싶다면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곳이 좋다고 한다.
영국의 에이드리언 노스(Ardian North) 교수팀은 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실 경우 음주량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술의 맛도 60%이상 높여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실 경우 음악이 뇌의 특정한 부분을 자극해 다른 감각을 인식하는데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듯 술과 음악은 생리학적으로도 여러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술과 음악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하였으며 둘 사이의 공통점들은 무엇일까.
◆ 술과 음악의 유래
술과 음악은 우리의 내부(default mode network)를 들여다 보는 동시에 외부와 소통(Task Positive Network)을 유연하게 해주는 매개체다.
모두 우리의 감정기재에 본능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 점에서 둘의 기원이 진화론적으로 상당히 오랜 세월 동안 인간에게 축적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평론가인 에른스트 곰브리치는 “미술(Art)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고 하였다.
알타미라와 라스코 동굴의 선사시대 유적을 당시 사람들은 미술작품이라고 볼 수 있었을까? 그것을 그린 이들을 현재의 우리가 미술가라고 지칭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구석기시대 인들에게 동굴의 황소그림은 작품보다는 미신과 기원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음악 역시 우리가 어떠한 소리를 음악이라고 지칭하기 이전에는 음악가만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다.
음악의 유래는 여러 측면의 기원설이 제기되고 있다. 몇몇 학자들은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음악을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동물 울음소리 등을 모방하려다가 발전된 것으로 보고 있고, 어떤 학자는 노동을 쉽게 하기 위해 리듬을 붙이다가 발전하였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주장은 언어를 강조하기 위해 음높이를 조절하다가 발전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사실 음악의 유래는 어떤 한가지 사실로 설명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음악은 우리의 어머니들이 뱃속의 아기에게 사랑스럽게 흥얼거리던 소리들이 우리 DNA에 각인되면서부터 시작했을 수 있다.
술의 기원 또한 하나의 사실로 설명되기 힘들다. 먼저 술이 되려면 미생물인 효모가 당분을 분해하고 알코올로 발효돼야 하는데 그런 환경이 자연에서 우연히 일어나 인류에게 발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수렵채집생활을 하던 인류가 썩어가는 과일이 모여있는 곳의 액체 또는 발효된 꿀을 맛보았고 알코올이 함유된 그 액체들의 매력에 빠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음악과 술의 기원은 이렇듯 우연과 필연이 섞여있으며 약간 모호하기도 하지만 둘 다 우리 삶의 원동력이 되는 감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많은 공통점들이 있다.
별을 보며 안녕을 기원하던 그 시절, 인류에게는 믿고 의지해야 할 대상이 필요했을 것이고 종교의 발생은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왔을 것이다.
이후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온 종교는 제의적 행사를 통해 부족의 번영과 안전을 기원하였으며 이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 두 가지는 바로 술과 음악이었다.
◆ 종교
술과 음악은 종교와 함께 발전했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특히 종교 탄생의 배경에 술이 한몫했다는 주장도 있다.
자연에서 우연히 발견되어 발효된 과실 알코올음료를 맛본 인간은 환상과 쾌감, 환각 등의 증세를 보였을 것이고 그것이 신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것으로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술을 신과 만나는 매개체로 종교행사에 사용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인간이 술을 빚은 역사는 1만 2000년 전 선사시대 유적에서도 발견되었으니 그 역사가 꽤 깊다 할 수 있다.
중동지역의 원시종교는 술에다 물을 타서 신께 바쳤다고 기록돼 있는데, 이후 기독교 문명에서 수도원은 양조장 역할을 함께 하기도 했다. 이는 죽음을 각오하며 십자군 원정을 떠나는 귀족과 성주들이 수도원에 포도밭과 땅을 기부하고 떠난 영향도 있다.
지역과 기후에 따라 포도재배가 용이한 곳은 와인을, 보리재배가 수월한 곳은 맥주(에일)를 수도사들이 직접 만들었다. 한마디로 술은 종교적이며 신성한 것이었다.
음악 역시 종교행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기원전 3500년전의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문명은 제례음악에 류트나 리라, 하프 등을 사용한 기록이 남아있다. 이는 당시 벽화나 도자기, 고대 이집트의 오래된 사료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중세시대에는 성가가 교회음악에 큰 역할을 하였는데 이후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며 마드리갈(Madrigal-세속 성악곡) 등으로의 발전하여 서양음악의 기초를 만들었다.
바로크 시기에 이르러서는 악기의 발전과 더불어 성대한 미사음악과 종교음악들(칸타타, 오라토리오)이 음악의 발전을 이끌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J.S.Bach)는 교회의 칸토르(Kantor) 즉 예배음악의 지휘자였으며 모차르트도 한때 짤스부르크의 교회에 봉직하였고, 사계로 유명한 비발디 또한 교회의 사제였다.
이렇듯 술과 음악은 종교를 통해 발전하였으며 지금도 계속 진보하고 다양화 되어가고 있다. 한편 이런 술과 음악은 종교 이전 고대 축제형식으로도 기록되어 있는데, 술과 음악의 신 디오니소스 축제가 바로 그것이다.
◆ 디오니소스 축제
고대 트라키아의 민간신앙으로부터 출발한 디오니소스 신앙은 이후 그리스로 흘러 들어가 대규모 축제형식으로 발전되었다.
디오니소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올림포스의 12신들 중 하나이며 로마신화에서는 바쿠스(Bacchus)로 불리는 술과 음악의 신이다. 아폴론도 음악의 신이지만 성향은 다르다.
아폴론이 조형적이며 이성적인 음악의 신이라면 디오니소스는 본능적이고 감성적인 음악의 신이라 할 수 있다.
디오니소스 축제는 기원전 13세기경 디오니소스 신앙의 숭배의식으로 광란적이며 극단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기원전 7,8세기경부터는 대 디오니시아(Great Dionysia), 즉 공식화된 디오니소스 축제가 되면서 점차 순화되기 시작하였다.
고대 아테네의 황금시대에 디오니소스 축제는 전성기를 맞이하였고, 합창과 연극 등 다양한 공연을 통해 사회를 풍자하는 철학적인 행사가 되었다.
오늘날 연극공연의 기원을 이 디오니소스 축제로 보기도 하며, 크게 보면 연극과 음악이 결합한 오페라의 등장도 디오니소스 축제로부터 유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술을 통해 광란의 장이었던 축제가 세월이 지나면서 현대예술의 시초가 된 것이다.
디오니소스는 부활의 신이기도 하다. 그의 이름 앞 철자 디오(Dio)는 ‘다시’라는 뜻으로 인간 어머니 세멜레(Semele)의 뱃속에 있다가 다시 아버지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태어나고, 헤라 여신의 질투로 죽었다가 다시 제우스의 어머니 레아(Rhea)에 의해 부활한 기구한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부활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술과 음악 그리고 예술을 통해 새로운 시작의 희망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바로 디오니소스 축제가 우리 인류에게 전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디오니소스는 술의 힘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주량을 조절하여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더욱 강해지기를 원했다. 술과 음악은 적당하면 에너지를 얻지만 지나지면 중독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과유불급과 중용의 덕목 또한 중요하다. 적당한 술과 음악은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탈무드에는 이런 격언이 있다. “술 마시는 시간을 낭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그 시간에 당신의 마음은 쉬고 있으니까.”
☞ 추천음반
술과 관련된 음악은 기악곡보다는 주로 가곡과 오페라 축제나 무도회 장면에 등장한다.
주당이었던 영국의 작곡가 헨리 퍼셀(Henry Purcell)의 <I gave her cakes and I gave her ale>이라는 노래는 1690년경쯤 작곡된 다소 장난스러운 술자리를 묘사한 작품이다.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의 오페라 <La Perichole>의 웨딩씬에 나오는 <Ah! Quel diner>도 여인이 술에 취한모습을 노래하는 장면이다. 조안 서덜랜드(Joan Sutherland)의 목소리가 실감난다.
모차르트의 <돈 지오바니(Don Giovanni)>에도 <Finch’han dal vino(샴페인의 노래)>라는 곡이 있다. 베르디 라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brindisi)>는 대중적으로 유명하다.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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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 영양가 풍부한 9월 수산물 2가지 영양가 풍부한 9월 수산물을 소개한다. 1. 대하 가을철에 많이 잡히는 대하는 양식산 흰다리새우와 생김새가 비슷하여 혼동하기 쉽지만, 뿔이 코끝보다 길게 나오고 몸통보다 수염이 길며 꼬리가 초록빛을 띠는 특징이 있다. 제철을 맞은 대하는 소금구이, 튀김, 찜, 회 등으로 즐길 수 있으며, 요리 후 남은 머리는 버터구이로 해 먹으니 버릴 것이 없다. 대하는 고단백 저지방 수산물이며, 아르기닌이 풍부해 근육 형성과 면역력 향상에 좋고, 고혈압과 당뇨 예방에 도움이 된다. 2. 전어 전어는 제철을 맞아 듬뿍 오른 지방의 고소한 맛이 일품으로 구워 먹어도 맛있고, 회로 먹어도 맛있는 가을철 대표 별미다. 전어는 필수아미노산과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데, 필수아미노산은 간 기능 개선과 기력 회복에 좋으며, 오메가-3 지방산(EPA, DHA)은 심혈관계 질환 예방과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 자료=해양수산부
- 사진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아시아 파빌리온 방문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한-아세안센터 특별전: 아세안 파빌리온’을 찾아 큐레이터의 전시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이 5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한-아세안센터 특별전: 아세안 파빌리온’을 찾아 큐레이터로부터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이 5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한-아세안센터 특별전: 아세안 파빌리온’을 찾아 아세안 헤리티지 파크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이 5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한-아세안센터 특별전: 아세안 파빌리온’을 찾아 필리핀 전시관에서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이 5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한-아세안센터 특별전: 아세안 파빌리온’을 찾아 필리핀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 국민이 말하는 정책 2024 대한민국 미술축제, 미술여행주간 기획전에서 우수 전속작가를 만났어요! 9월 1일부터 한 달간 2024 대한민국 미술축제(2024 Korea Art Festival)가 열리고 있다. 가을은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다. 올여름 장마와 폭염으로 유난히 힘든 나날을 지내야 했다. 그래서일까? 가을과 함께 찾아온 미술축제가 마냥 설렌다. 그동안 미술여행주간, 서울아트위크, 광주비엔날레 등 미술 관련 행사를 단편적으로 접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엔 이런 행사를 엮어미술축제로 확장했다. 대한민국 미술축제는 아시아프, 부산비엔날레, 미술여행주간, 서울아트위크, 프리즈 서울, 한국국제아트페어, 광주비엔날레 등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미술 행사를 통합·연계 홍보하는 대표 축제 브랜드다. 9월 한 달간 2024 대한민국 미술축제가 열리고 있다. 아시아프, 부산비엔날레, 미술여행주간, 서울아트위크, 프리즈 서울, 한국국제아트페어, 광주비엔날레 등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미술 행사를 통합·연계 홍보하는 대표 축제 브랜드다. 2024 대한민국 미술축제 누리집에서 세부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유독 휘겸재에서 열리는 2024 우수 전속작가 기획전시 다이얼로그: 경계인간에 관심이 생겼다. 무엇보다 우수 전속작가 기획전시라는 키워드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수 전속작가 기획전시를 검색하다 전속작가제 지원 사업을 인지하게 되었다. 해당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이 중소 갤러리의 전속작가 발굴과 육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미술시장에서 젊은 작가들이 갤러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3년 동안 지원하고 있다. 올해 시행 6주년을 맞이했다. 예경이 전속작가제 지원 사업 시행 6주년을 맞아 '2019-2024 전속작가제 지원사업 성과사례집'을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까지 6년간 총 343개 갤러리에서 645명 작가를 지원했다. 젊고 유망한 작가들의 미술시장 진입을 돕는 '전속작가제 지원' 사업을 통해 5년간 2,876점, 82억여 원 규모의 작품이 판매되었다. 서울 북촌한옥마을에 있는 휘겸재에서 2024 우수 전속작가 기획전시 다이얼로그: 경계인간이 열리고 있다. 2024 우수 전속작가 기획전시 다이얼로그: 경계인간을 관람하기 위해 서울 북촌한옥마을에 자리한 휘겸재를 방문했다. 휘겸재는 여느 갤러리완 달랐다. 한옥 갤러리였다. 대문 앞에 다이얼로그: 경계인간을 알리는 세움간판이 있다. 녹색 바탕에 빨간 사과의 한쪽을 베어 문 포스터가 행인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 휘겸재는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 사이에 지어진 개량한옥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옥엔 고유의 이름이 있다. 휘겸재(揮謙齋)의 한자 풀이는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굽히는 겸손한 생활 태도를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갤러리 휘겸재의 방, 복도, 대청마루, 정원 등 실내·외 전 공간에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갤러리로 진입하는 3개의 문이 있다. 그중 정문과 오른쪽 문이 열려 있었다. 정문은 긴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방이 있다. 오른쪽 문은 정원으로 연결된다. 방, 복도,대청마루, 정원 등 실내·외 전 공간에 7명의 작가가 제작한 작품 총 48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입구에 다이얼로그: 경계인간에 관한 소개가 나와 있다. 세상은 단절과 고립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 다이얼로그: 경계인간은 인간, 동물, 식물 그리고 비물질적 존재를 포용하며 관습적인 경계를 초월하는 세상을 향한 일종의 나침반이다. 2024년 올해 전속작가제 지원사업에 참여한 작가 169명 중 7명,이병호, 윤향로, 기슬기, 람한, 신교명, 오제성, 한석현 작가다.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외 미술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기획한 전시다. 휘겸재 대청마루에 설치된 이병호 작가의 작품 인체측정은 천장에 매달려 생동감이 느껴진다. 휘겸재의 중앙, 대청마루에 설치된 작품이 가장 눈에 띈다. 이병호 작가의 인체측정이다. 이병호 작가는 완결된 인체 조각을 기본 단위로 설정하고, 이를 복제한 뒤 분절, 해체, 재연결하여 새로운 동세와 형태의 조각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대청마루에 대롱대롱 매달린 작품을 대하니 마치 인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정원에 기슬기 작가의 작품 primal selfie 시리즈가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대청마루에서 정원으로 나갈 수 있다. 정원에 기슬기 작가의 primal selfie 시리즈가 원형으로 배치되어있다. 기슬기 작가는 사진을 주된 매체로 사용하면서 물 표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과 배경의 하늘을 1인칭 시점으로 촬영했다.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내 모습이 겹치는 것 같았다. 휘겸재 복도 끝에 내걸린 윤향로 작가의 작품 꼬마 칠리가마1는 인테리어의 일부처럼 보인다. 휘겸재를 방문한 최지원 씨는 복도의 끝에 걸린 작품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었다. 윤향로 작가의 꼬마칠리가마1이다. 최지원 씨는 미술작가이지만 관객으로 이곳을 방문했단다. 그는 작품 중 회화가 드문데요. 갤러리 공간으로 쓰이는 한옥과 잘 어울려 마치 인테리어의 일부 같아요. 저는 갤러리를 방문하면 제일 먼저 전시 소개를 읽어봅니다. 기획의도를 알면 작품이 왜 여기에 있는지 살짝 감을 잡을 수 있거든요라고 말한다. 2024 대한민국 미술축제를 즐기는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휘겸재에서도 전시해설을 하고 있다. 전시를 관람하고 있을 때 내·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전시 작품의 해설이 있었다. 이어서 정원에서 한국메세나협회의 1기업 1미술작가 지원 사업 선정자에게 시상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번 기획전시에 참여한 작가를 대상으로 기업 후원자를 선정하는 행사다. 오제성 작가, 윤향로 작가, 이병호 작가가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오제성 작가를 만나서 전속작가제 지원 사업에 대해서 들어봤다. 오제성 작가의 작품 INDEX #30_다보각경도 앞에 거석신화갓트론이 있다. 오제성 작가는 전국 각지를 돌며 비지정문화재를 조사하고 이를 3D 스캔과 프린트를 활용하여 현대적인 기법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번 기획전시에서도 4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작품으로 INDEX #30_다보각경도가 있다. 비지정문화재 답사 초기에 진행했던 것으로, 오 작가가 지역에서 만난 조각을 스케치하듯 빠르게 흙으로 빚어 모아둔 것이다. 작품명의 다보각경도는 동서양을 아우르고 있다. 서구 박물관의 원형이자 호기심의 캐비넷으로 불리는 초장기 개인 수장고의 형태가 중국으로 가서 보물을 모아둔다는 의미의 다보각이 되었다. 학문을 중시했던 조선으로 넘어와 책가도가 된 것에 주목했다. 오 작가는 국립중앙박물관 중국관에서 다보각을 실제로 보고 이를 모델로 작가만의 다보각을 제작했다. 현대 산업재료인 알루미늄으로 틀을 만들었고, 여기에 그가 답사한 비지정문화재를 한곳에 모아두었다. 오 작가는 작품을 소개하면서 문화는 교류를 통해 발전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신교명 작가의 작품 Traces of Machina Sapiens (Year Unknown) 13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자연스럽다. Q) 2024 대한민국 미술축제가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 미술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작가로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요? 오제성 작가) 대한민국은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를 기점으로 글로벌 미술 무대에 합류하였습니다. 현재까지 국제 감각에 걸맞은 많은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통합한 행사는 올해가 처음입니다. 민관이 함께행사를 개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나아가 미술이 전국 각지에 흔하게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이 문화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Q) 작가님은 전속작가제 지원사업으로 지원받고 있는데, 지원 계기가 있을까요? 오제성 작가) 과거와 다르게 지금의 예술가들은 사회와 함께 호흡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전속작가제 지원 사업은 그 초석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갤러리와 예술가 사이에서 중재하여 상호 간의 건전한 관계 확립에 주력하고 있어요. 예술가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관과 관계 맺고 협동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원에 설치된 람한의 작품 Pie Dough Unborn(Praying Hand)는 뒤편의 백일홍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Q) 전속작가제 지원사업에 선정되기까지의 과정과, 선정된 후 작품 활동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었을까요? 오제성 작가) 국가지원사업이다 보니 행정절차가 매우 까다로운 편입니다. 갤러리와 함께 서류를 준비하면서 기존 활동 내역부터 향후 활동 계획까지 꼼꼼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예술가 개인의 활동뿐만 아니라 갤러리의 활동 이력과 향후 비전도 포함됩니다. 선정되고 나면 작품활동비와 홍보비 등을 받고, 사업에 관련된 각종 행사에 참여할 기회를 얻습니다. 자연스레 작가는 작품 제작, 전시 개최를 활발히 할 수 있고, 갤러리는 홍보에 보탬이 많이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예술가와 민간 기관을 함께 묶어 지원하는 정책은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합니다. 한석현 작가의 작품 FRESH Plant는 나무인지 작품인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Q) 전속작가제 지원사업에 지원하려는 작가들을 위해서 팁이 될 만한 조언을 한다면요? 오제성 작가) 경쟁률이 높은 만큼 기존의 작품 활동이 잘 정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지원 사업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활동이 명확해야 하고요. 그리고 지원 사업이 끝났을 때 어떤 성취를 이루고 싶은지 꼭 숙고해보기를 권유합니다. 이러한 사항을 서류에 서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덧붙여 전속작가제 지원 사업을 비롯한 정부의 모든 지원 사업은 일종의 보행기입니다. 아이가 걸음마를 배울 때 보행기가 필요하죠. 그런데 나중엔 보행기 없이 걸을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미술 관련 지원 사업은 미술계, 더 나아가 사회에 예술가들이 더 안정적으로 진입하고 활동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따라서 예술가는 작업에 대한 꿈과 열정을 펼치는 것을 목표로 지원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제성 작가가 자신의 작품 순천선암사신산을 제작한 연유를 설명하고 있다. 오제성 작가는 미술관에서 사진도 많이 찍고, SNS 계정이 있다면 전시 관람을 자랑도 하고, 관람한 것에 대해 지인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 좋겠습니다라고 당부한다. 대다수 미술관은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비전문가가 미술관에서 작품을 이해하면서 관람하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전시 관람이 익숙하지 않다면 당장 작품의 의미를 찾기보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작품을 느껴보고, 미술관이 어떤 구조로 생겼는지 관찰하며, 근처에는 어떤 맛집이 있는지 방문해보면서 미술관 가는 길을즐기길 바란단다. 그렇게 미술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조금씩 조금씩 전문적인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덧붙이며. 예술인을 위한 여러 지원 사업이 많다. 지원 사업 정보는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과 같은 각종 지역 문화재단 및 기초 문화재단 누리집 공지 사항에 있다. 각 기관의 SNS 팔로우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휘겸재 뒷마당에 놓인 석상도 하나의 전시 작품인 양 관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휘겸재는 작품을 감상하는 것 외에도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갤러리인 휘겸재 자체가 하나의 미술 작품인 것 같다. 개량한옥이어서 실내와 실외를 구분하는 경계가 투명한 통유리로 되어 있다. 정원과 뒷마당에서도 통유리를 통해 실내의 작품을 투영할 수 있다. 정원과 뒷마당에 놓인 석상도 하나의 전시 작품인 양 관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9월 1일부터 11일까지 미술여행주간으로 전국 7개 권역에서 전문 해설사와 함께 지역의 미술관과 화랑을 여행하는 16개 코스를 운영한다.(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9월 1일부터 11일까지 미술여행주간이다. 작년까지 개최했던 미술주간에서 매년 관람객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프로그램 미술여행을 올해는 미술여행주간으로 정했다. 서울, 인천, 대전, 광주, 대구, 부산, 제주 등 전국 7개 권역에서 전문 해설사와 함께 지역의 미술관과 화랑을 여행하는 16개 코스를 운영한다. 북촌 한옥마을에서 만나는 한국의 신진작가 투어,한국의 대표 갤러리가 주목하는 신예 작가 그룹전 투어 등 참가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이색 코스뿐만 아니라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한 외국인 특화코스도 준비했다. 휘겸재도 미술여행 주간 코스 북촌 한옥마을에서 만나는 한국의 신진작가 투어에 포함되어 있다. 과거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가 생각났다. 골목길 곳곳에 아기자기한 갤러리가 많았다. 가게에 들르듯 갤러리에 들어가서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전국 곳곳에 크고 작은 갤러리가 많이 생겨났다. 미술에 문외한이면 어떠랴. 그저 작품을 보고 느끼면 된다. 더위도한결 가신 9월이다. 주변에 있는 미술관을 찾아서 나들이하는 건 어떨까? 다양하고 풍성한 미술축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2024 대한민국 미술축제가 궁금하다면? ▶https://k-artfestival.com/ ▶https://www.instagram.com/koreaartfestival/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윤혜숙 geowins1@naver.com
- 숏폼 한푼도 헛되이 쓰지 않겠습니다! 2025년 방위사업 예산안 공개 2025년 방위사업의 예산은 얼마인지,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아봅시다!